cosmos125
손 본문
작은 왼손을 그렸다.
언제나 오른손을 위해 수고하는 내 손을 그렸다.
무거운 시계를 손목에 차고 있는 왼손을 쳐다보다 그렸다.
연습장에 슬쩍 4B가 늘 오른손에 있기에 그렸다.
도서관에서 나를 쳐다보는 나를 담았다.
늘 굳게 닫혀 있는 입술이다.
작은 입술이 늘 웃는 모습이기를 바라지만 웃지 않는 나를 자주 보기에 담았다.
긴 머리를 짧게 자르고 싶다.
짧은 커트... 잠시 상상해 본 그 날이기에... 긴 머리를 하고 있는 나를 담았다.
수학을 좋아한다면서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해야 하는데...
무엇을 위한 공부를 해야 하는 그 시절은 아니지만 난 하고 싶다.
늘 아쉬움이 남아 있기에...
혼자서라도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싶다.
세상이 보여 주는 복잡한 공부는 너무 힘들어서 난 수학 공부를 하고 싶다.
나 자신에게 마지막 편지를 써 보는 아침이다.
좋아하는 음악소리가 들려 이렇게 함께 담는다.
12월 18일...
난 8이라는 숫자를 좋아하기에...
나에게 행운의 숫자이기에...
오늘 마지막 편지를 남긴다.
나를 강하게 하기 위해서...
두툼한 가죽 재킷으로 온몸을 감싸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나...
하루를 보내고 작은 공간으로 이동하는 나를 담았다.
피곤한 모습이 아니기에...
웃는 나를 보았기에 담았다.
오른손은 언제나 힘들다.
긴 세월을 걸어가면서 지탱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잡을 수 있는 오른손을 그렸다.
난 연필을 잡고 있기를 좋아한다.
굵은 심으로 그릴 수 있기에 연필을 오른손으로 잡고 있다.
양 손은 언제나 바라본다.
함께 하는 순간은 없지만 마주 보며 가는 시간을 위해 오늘도 이렇게 열심히 쓰고 있다.
난 양손으로 하고 싶다.
모든 것을...
왼손은 오른손을 위해서...
오른손은 왼손을 위해서...
오늘을 그리고 있다.
살아가는 길에 동행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작은 자의 모습이지만 작은 공간을 통해 커다란 공간을 바라볼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늘 함께 하는 왼손과 오른손이 있어 감사하며 오늘을 기억하고 싶다.
12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