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os125
그대로 살아요 본문
오늘 어항 청소하다
내 책상에 두고 가까이 보고 싶어서
사는 동안 금붕어도 변한다
붉은 빛깔이 옅어지니 나이가 들어 보인다
잠자는 시간이 많음을 보이니 어항의 위치를 이동하다
학원에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위치로
추울까 봐 내 방으로 이동했는데 그건 내 생각
물속이라 금붕어는 괜찮을 거라고 또 내 생각
하루살이는 또 하루살이에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이 다 내 생각이라고 말하는 순간
참 어리석다
참 바보 같다
작은 학원을 운영한 지 십 년이 넘었지만 늘 긴장 속에서 산다
학생들을 만나는 순간도 내 뜻이 아님을 알면서 늘 나를 중심으로 살고 있는 나를 본다
맡겨진 모든 것이 다 내 것이 아님을 안다고 하면서 짧은 생각 속에 푹 빠진다
우유에 농후 발효유 추가하여 요구르트 만들기
처음에는 잘 되는데 다음에는 잘 안된다
왜 그럴까?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실패가 아니라고 외치면서 냉장고에 보관하다
긴 머리를 좋아하던 나 자신에게
여름이면 단발머리로 싹둑 자르는 모순
늘 후회하는 마음
머릿결도 이젠 나이가 들어 거칠다
가늘어지고 힘이 없으니 참 초라한 모습
찰랑거리는 머릿결을 원한다고 그대로 되는 게 아님을 또 확인
푸석한 머릿결이지만 풍성하니 그럭저럭 괜찮다
앞으로 절약하면서 살자
주어진 대로 살자
욕심 없이 살자
만나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자
마음도 비우자
모든 것에 감사하자
지금까지 살아왔던 시간들 감사하자
마음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 정리하면서 오늘을 시작하자
최선을 다 하며 사는 하루살이가 처음과 끝을 모르고 사는 것이라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는 것에 즐겁게 웃으면서 살자
그래
세월이 흘러도 늘 같은 마음과 생각이라 그런 것도 감사하다
모두가 건강함에 감사
모두가 원하는 삶 그리며 살게 하소서
주 안에서 살게 하소서
있는 그대로
모습 그대로
지금 그대로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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